계엄 1년, 광장의 확대를 위해 정의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
글 : 안숙현
11월 22일 강남역 10번 출구, 9년전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어간 강남역 살인사건이 있었던 그곳에서 '전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페미니스트들과 여성들이 모였다.
친족성폭력 피해자, 백래시를 겪고 있는 대학생, 차별과 혐오로 무너지는 교실에서 초등학생 성교육을 이어가고 있는 교사 등이 모여 “여자라서 죽는 나라에 국민주권정부는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여성폭력과 차별, 혐오를 끝내자고 외치고 행동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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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 집회에 함께 한 정의당원들 |
취임초부터 여성과 싸우며 ‘여성가족부’를 없앤 정권, 계엄선포로 마침내 모든 시민과 싸우며 민주주의를 파괴한 대통령이 감옥으로 갔다. 그런데도 여성을 향한 차별, 폭력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응원봉의 물결, 빛의 혁명의 주인공이라 추앙받던 여성들은 광장의 시간이 끝나자 빛의 속도로 지워져갔다.
1년전 시민들은 국회 담장 앞에 모였고 정의당도 함께였다. 시민들은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 섰고 군인들 총부리를 마주했다. 그 밤 계엄은 취소되었고, 한낮의 헤프닝처럼 끝났다.
그러나 시민들의 투쟁은 그때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4개월 동안 시민들은 광장에서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국회 탄핵이 늦어질 때,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이 연거푸 연기되었을 때 시민들은 좌절하지 않고 기어이 광장으로 다시 돌아와 섰다.
응원봉은 빛의 물결이 되어 마침내 모든 시민과 싸우려던 윤석열을 끌어내렸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노동자, 농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그리고 광장을 가득 메웠던 주역들이 겪는 차별과 불평등은 얼마나 해결되었는가?
계엄의 주동자와 배후들은 특검을 통해 체포되거나 감옥에 가기도 했지만 내란동조 세력들은 여전히 곳곳에서 계엄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여당은 내란세력을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민주주의 전제인 시민권력과 사회경제적 평등에는 무관심하다.
기득권의 권력 배분만을 위한 개헌, 내란 세력 청산을 위해 모든 요구는 뒤로 미뤄도 된다고 생각하는 정권, 다양한 시민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의 부재 또는 약화는 계엄을 막아낸 시민들의 삶을 단 한치도 바꾸지 못한다. 계엄 1년, 광장에 시민들이 모였지만 일상의 광장은 아직 요원하다.
계엄을 막아내고 민주주의를 지켜냈지만 정작 권력은 주어지지 않았던 시민들 ,일상에서의 불평등과 차별 속에서 계엄 이전부터 계엄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내었던 시민들,그리고 광장의 불빛이 꺼지자 바로 지워져 간 시민들
정권은 끌어내렸지만 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했던 2016년 촛불을 되풀이 할 수는 없다.
일상에서도 시민들이 모이고 목소리를 내고, 내란세력 척결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취를 감춘 사회개혁을 이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온전히 열린 정치공간이 필요하다.
선거때만 반짝하고, 투표로서만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의 정치광장이 필요하다.
정의당은 시민들이 모이고 토론하고 비전을 나눌 수 있는 정치 광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역할을 다하기 위해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의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들어야 한다. 그리고 내용, 시스템 등 변화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변화해야 한다.
정의당은 지금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진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