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진보정당 ‘국가재생운동’

 멕시코 진보정당 ‘국가재생운동’


1920년 장기집권하던 포르피리오 디아스 정부에 대항해 체제 변화를 주장한 멕시코혁명으로 시작한 좌파 제도혁명당이 신자유주의가 시작되며 우경화 하게 된다.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긴축재정으로 고용이 불안정해지자, 불평등이 심화되고 빈곤율이 상승한다. 멕시코 정계는 강력한 양당체제와 클리엔텔리즘(정치적 지지를 대가로 공적지위나 대가를 약속)으로 도덕적 해이와 부패가 만연해 있었다.

제도혁명당을 비판하며 등장한 민주혁명당 역시 양당체제에 종속되며 신자유주의 정책을 이어가게 된다. 정권이 바뀌지 않는 오랜 정치시스템에 회의를 느끼는 대중들에게 ‘'국가재생운동'’은 새로운 혁신으로 다가왔다신자유주의 정책에 강력한 반대입장을 표명하며 국회 연단을 점거하는 등 시민과 함께 저항운동을 이어간 ‘국가재생운동’에 대중들이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정계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해체하고, 치안을 안정시키며,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는 공약을 내건 '국가재생운동'의 오브라도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후 사회 부분 재정 지출 축소와, 민영화를 추진했던 보수정권의 정책을 폐기하고 고위 관료층의 특권을 개혁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대중과 가까워지기 위해 대통령궁을 개방하고 미국 대법관 연봉의 두 배나 되었던 멕시코 대법관의 연봉을 깎기 위해 자신의 연봉부터 줄였다. 민간부문과 결탁하여 부풀려진 가격으로 기업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몰아준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한다. 공항 건설이 30%나 진행되어 반대가 컸지만 국민과의 대화로 정국을 안정시키며 공항건설을 폐기한 것이다. 오랜 시간 해결되지 못했던 강제실종 청소년 문제를 재조사하며 대중의 요구를 담아내는 행보를 이어간다.

오브라도르 대통령, 사진출처 경향신문

우경화된 좌파정당의 혁신을 위한 시민운동에서 시작된 ‘국가재생운동’은 멕시코의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강력한 양당체제에서 신생정당으로 뛰어들어 안정적으로 원내에 안착한 것은 대중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힘이었다. 원내정당으로 안착하고도 일반적인 원내정당의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단체와 함께 시민 속에서 활동하는 혁신적인 모습이 신생정당으로 정권을 창출 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인접한 국가로 미국의 영향에 자유로울 수 없다.. NAFTA협상으로 멕시코의 농업이 흔들리고 산업화로 인해 자연이 훼손 되며 마약 카르텔의 활동으로 끊임없이 국내 치안이 위협받고 있다.트럼프의 당선으로 관세 폭탄이 날아드는 국제 정세에 멕시코는 또 다른 시험대에 놓여 있다. 신자유주의와 단절하고 불평등을 타파하는 모습으로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낸 '국가재생운동'이 미국의 관세폭탄에 맞서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셰인바움 대통령 사진출처- 경향신문

지난해 멕시코에서 '국가재생운동'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오브라도르에 이어 '국가재생운동'이 배출한 두 번째 대통령이다.멕시코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남성우월주의 문화가 강한 멕시코에서 셰인바움에게 멕시코의 대중들은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판사직선제 등 개혁적인 공약으로 셰인바움이 당선된 이후 국가재생운동은 정치와 사회의 변화를 담은 개헌을 추진 중이다. 다행스럽게도 외신으로 들려오는 멕시코의 소식은 셰인바움이 트럼프를 상대로 잘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 출신인 셰인바움이 정확한 통계와 수치를 토대로 짠 전략으로 트럼프와 관세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이다. 한편에서는 미국과 관세협상이 유예된 것일 뿐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지만 셰인바움에 대한 지지는 85%에 달한다. 전 세계적인 보수화로 남미 온건좌파 물결을 의미하는 핑크타이드가 약해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보듯이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남미의 좌파블럭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기의 길을 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