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지역 권영국을 찍은 사람들을 찾습니다’에 담긴 것들
- 작은 광장, 연합정치, 지역 사회대전환연대회의
글 : 신현자
대선 후 지역에서 만들어진 ‘작은 광장’
6월 23일 저녁 7시, 부천의 어느 까페에서 <5번 권영국을 선택한 부천시민 5358명을 찾습니다> 모임이 열렸다. 조금 일찍 도착한 모임 장소는 독립된 공간에 30석 테이블과 간식들이 깔려있었다. 이 공간을 사람으로 채울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5번 권영국을 찍었을까 궁금하고 만나고 싶어서 신청은 했는데, 퇴근하고 솔직히 올까 말까 갈등하다 왔는데, 오길 잘한 것 같아요. 저랑 같은 선택을 한 사람들을 만나니 힘을 많이 받네요.”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하는 후보가 유일하게 권영국이어서 권영국을 찍었어요.”
“친구가 이런 모임이 있다길래 추천해줘서 왔어요. 00여대에 다니고 있는데 제 주변 이십대 여성 페미니스트들만 만나다가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의 페미니스트들을 만나니까 신기하네요.”
“저도 트위터에서 보고 찾아왔는데, 저와 같은 선택을 하신 분들이 어떤 분들이실까 했어요. 얼마나 모이려나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많이 계셔서 깜짝 놀랐어요.”
자신들의 선택과 서로의 만남을 신기해하며, 권영국을 찍은 이유와 어떻게 모임에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월 1회 만남을 약속하게 되었다. 부천에서 인권영화제를 해보자, 기후 행동을 해보자, 진보정치를 위한 동네모임을 해보자는 제안도 있었다.
부천 외에도 각지에서 권영국을 찍은 사람들 모임이 열리고 있다. 대구에서는 권영국을 찍은 20대 모임과 30대 모임이 열렸고 온라인에는 <당근 영국> 채팅방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시민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바쁘다. 우리 삶이 그만큼 너무 먹고살기도 바쁘고 팍팍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영국을 찍은 사람들은 왜 선거가 끝났는데도 서로를 찾고 만나려할까?
광장을 열어낸 시민들, 다시 지역에서 ‘작은 광장’을 열어낸 것
광장이 만든 대선임에도, 대선이 시작되자마자 양당에 의해 배제된 광장의 목소리를 권영국은 대변했다. 강력한 내란심판 구도 속에 5번 권영국을 선택한다는 것은 용기이며 결단이었을 것이다.
“전 두 번의 탄핵 광장에 모두 있었어요. 한 번 겪었음에도 윤석열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잖아요. 이번 광장에선 또 반복되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 모인 에너지와 의제를 잘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절실함도 있었고요. 권영국 후보의 존재가 광장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 뉴스민, 대구에서 권영국을 찍었다는 건···“우린 생명력 강한 잡초” 06.22
비상계엄, 한달음에 여의도로 달려와 광장을 열고 탄핵을 이끌어 낸 것은 시민들이었다.
대선 시기에는 강력한 내란심판 구도 속에서도 30만 이상의 시민들이 권영국을 선택했고, 그 이상의 시민들이 정치후원금으로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대선 후 각지에서 ‘권영국을 선택한 시민모임’이 열리고 있는 것은 같은 정치적 선택을 한 사람들이 궁금하고 만나고 싶은 마음 무엇보다 진보정치가 0.98%에서 좌절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때문이었을 것이다.
‘권영국을 선택한 시민모임’은 내란에 맞서 광장을 열고 지켜낸 시민들이 광장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다시 지역에서 광장을 열어낸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역의 ‘작은 광장’을 만들어낸 기폭제, 사회대전환연대회의
이번 대선은 <사회대전환연대회의>라는 연대가 만들어낸 대선이었다. 사회대전환연대회의를 통해 광역마다 공동선대위가 구성이 되었고 시군 기초단위에서 노녹민을 중심으로한 진보정치세력이 함께 선거운동을 했다. 대선 기간 함께 빨강 노랑 초록의 선거운동원들이 서로의 빈구석을 채웠고 서로의 존재에 고마워했다. 사회대전환연대회의라는 진보연합정치가 지역의 진보적 시민 만남의 기폭제가 되었던 것이다.
‘권영국을 선택한 시민모임’은 그 형식적 틀이 있건 없건 사회대전환연대회의의 풀뿌리 버전이라 할 수 있겠다.
진보정치는 <사회대전환연대회의>를 어떻게 확장하여 일상적 연합정치를 담보할지 플랜을 제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에 지역차원의 진보정치연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별 진보적 의제를 위한 공동실천, 후보 발굴, 정기적 정치토론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풀뿌리 진보정치를 펼칠 수 있다.
막다른 벼랑 끝에서 작은 오솔길 하나 낸 대선
한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생존의 위기에서 출마한 대선, 막다른 벼랑 끝에서 연합정치로 힘을 모아 열어낸 작은 오솔길이 이번 대선이었다. 그 새로이 열어낸 오솔길 중의 하나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는 ‘권영국을 선택한 시민모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권력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시민들이 ‘움직이고 조직하는’ 자발적인 이러한 흐름을 확대재생산하고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이 진보정치세력의 역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