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의 새로운 시도 ‘연대’
글 : 배성준
작년 12월 3일 윤석열 정권의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지만 온 국민이 계엄을 막아내고 전 세계가 주목한 두 번째 대통령 탄핵 재판이 인용되었다. 탄핵으로 치루어진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득표했다.기존거대 양당 구도로 득표율 자체는 아쉽지만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이후 침체되었던진보정당에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 0.98% 득표를 할 수 있었던 데는 진보 정치를 살리기 위해서 모였던 사회대전화 연대회의의 역할이 컸다.. 진보 3당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시민사회, 노동계가 함께 힘을 모아서 무너진 진보 정치를 살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5월 1일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 대선후보 권영국 후보 출마선언 기자회견, 민주노동당 뉴스채널>
세계 진보정당의 역사 속에서 연대, 연합의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 1970년 ~ 1973년 3년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진보정당 집권의 역사를 썼던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을 탄생시켰던 인민연합이 있다.
구리가 주 수출품이었던 나라답게 칠레는 광산 노동자를 중심으로 1917년 사회주의 노동자당을 만들었다. 러시아 혁명에 영향을 받아 이후 칠레 공산당으로 당명을 개정한다. 인민연합의 다른 한 축인 사회당은 1933년 만들어졌다.
1938년 사회당, 공산당, 중도우파 정당인 급진당과 함께 인민연합 정부를 함께 만들면서 좌파정당은 각각 10% 지지를 받으며 주목을 받게 된다. 이후 1957년부터 급진당은 빠지고 공산당과 사회당은 ‘인민행동전선’이라는 이름으로 선거연합을 결성하여 대통령 후보를 세우고 우파인 기독교민주당에 대항했으나 패배한다.
1970년 대선 1년 전인 1969년 급진당, 공산당, 사회당, 인민행동통일운동(기독교민주당내 좌파세력이 분리되어 만든 당)이 모여 인민연합 구성하였고, 이번 인민연합은 노동계급 세력이 중심이 되었다.
인민연합의 기본강령에는 기독교민주당 정부가 멈추었던 농지개혁과 칠레 주력 수출 상품인 구리 광산의 국유화 정책을 담고 있다. 또한 칠레에 소재한 253개의 대기업에 대한 국유화, 노동자 경영 참여 등의 급진적인 개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칠레 광산의 국유화 정책은 미국내에서 소비되는 구리 60%를 칠레에서 수입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머리 아픈 문제였으며, 이후 칠레 아옌데 정부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한다.
개혁적인 인민강령을 앞세운 인민연합은 1970년 대선에서 36%의 지지받으면서 아옌데는 칠레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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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28대 대통령, 살바로르 아옌데, 나무위키> |
미국은 광산의 국유화를 막기 위해 보수 우파 기득권 세력을 이용한다. 좌파정부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던 그들은 중산층시위와 공장주들의 파업을 이용해 공장을 멈추고, 병원 문을 닫게 하고 칠레 경제의 핵심인 화물 물류를 멈추게 만들어서 인민전선 연합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저항하였다.
보수 우파 세력의 저항에 맞서 칠레 노동자는 닫힌 공장의 문을 열고 공장을 가동하였고 빈농은 토지를 점령하는 등의 저항을 하면서 산업 코르돈을 결성, 산업 코르돈은 빠르게 칠레 전국으로 퍼져 났다.
산업 코르돈은 노동자들이 만든 기구로, 공장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구였다. 산업 코르돈의 노동자들은 멈추었던 공장을 돌리고 기존의 판매되던 생필품의 가격보다 싸게 공급하면서 칠레 경제를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했고, 인민연합 정부를 지켜내기 위해서 투쟁했다.
피노체트의 군부 쿠데타에 의해 인민전선 연합 정부의 개혁은 미완의 과제로 남기고 끝났다.
1988년 '아디오스 헤네랄!(Adiós! General!, 장군이여 안녕!)'라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퇴진을 요구하는 민주화 운동이 시작되었고, 1989년 12월에 치러진 선거에서 기독민주당의 파트리시오 아일윈 후보가 당선되면 피노체트 군사정권은 무너졌다.
그리고 2013년 11월 대선에서 중도 좌파 연합(사회당, 기독민주당, 공산당 등)의 사회당 소속의 미첼 바첼레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
지난 6월 3일 치러진 21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무너진 진보 정치를 살리기 위한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연대 시도는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할 수 있다. 진보정당, 노동계, 시민사회가 함께 하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사회대전화 연대회의라는 실험을 통해서 확인했다. 그러나 연대는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칠레 인민연합에서 보듯이 공동의 강령과 정책, 실천이 함께 할 때 깊은 연대가 가능하다. 또한 진보세력의 연합은 언제나 외부의 힘에 의해서 깨질 수 있으므로 연합을 지켜갈 아래로부터(지역과 현장)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사회대전환 연대회의를 지역까지 확대해서 공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작지만 의미 있는 대선 결과를 발판으로 지역에서 살아 움직이는 진보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연대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진보 정치를 상상하며 우리의 길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