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사라진 한국정치, 정의당의 책임은 없는가?

글 : 김옥임


동작대교 향한 트랙터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22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의 일부 트랙터가 서울 동작구 동작대교에 멈춰 서 있다.

남태령 고개를 넘은 농민들의 투쟁은 정권이 바뀐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협치와 실용을 앞세운 이재명 정부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을 유임하면서 새정부의 농정철학을 의심하게 했다. 내란농정 종식과 농정 적폐 청산, 농업대개혁을 바라는 농민에게 철퇴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며 농민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 길거리 농성투쟁을 진행해야 했다. 농정대개혁을 외치며 남태령을 넘고 정권을 바꾼 농민들과 연대시민들 뜻을 무시한 협치가 올바른 협치인가?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비관세 장벽으로 인한 무역적자를 해소한다며 전세계 상호관세 폭탄을 터트렸다. 협상을 앞두고 통상교섭본부장은 '농산물은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발언과 함께, 우리 농축산물의 추가개방 가능성을 언급했다.  농업계 전체와 먹거리단체들은, 지금까지 다른 산업의 이익을 위해 농업을 희생해왔는데.  추가 개방은  식량위기 시대에 국가안보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고강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관세협상 결과 농산물을 먼저 내주지 않았으니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주류다. 과연 그러한가?

한미 FTA 체결전 40%가 넘던 미국산 소고기 관세율은 한미 FTA 협상으로 인해  매년 관세율을 낮춰 2026년이면 관세가 아예 사라진다. FTA(자유무역협정)는 상호적인 것이다. 양쪽 국회에서 비준까지 받은 일종의 준헌법적 협정이라 볼 수 있고 그동안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켜져 왔다. 농업을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산업의 관세율을 낮춰왔던 것이 한미FTA의 핵심이었는데 미국의 관세폭탄은 한미 FTA 협정을 스스로 위반하는 꼴이다. 

게다가  미국은 상호 관세를 명분으로 농축산물 비관세 장벽의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측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에 대해 한국이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 것을 비관세 장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쌀 수입 확대와 감자 등 유전자변형작물 수입 허용, 사과 등 과일에 대한 검역 완화 등도 요구하고 있다.  한미FTA 협정으로 인해  2026년이면  미국산 소고기 관세율이 0%가 된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상호관세 명분이면 오히려 25% 관세를 미국산 소고기에 매겨도 모자란 판에 '비관세 장벽 철폐'라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이후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56% 증가한 상황에서 관세, 비관세 장벽을 추가로 없애면 사실상 완전 개방을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정부는 국민건강과 식량주권을 지킨다는 원칙아래 당당히 협상에 임해야 한다. 

8월 25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는 발표에 지난 관세협상 결과에서 농업 분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해석이 다른 점,  앞으로 한미 양국이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꼽히는 검역 절차를 개선하기로 한 점,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한 주요 교역국들이 농업을 우선순위에 두고 협상을 마무리한 점 등을 보며  농업계, 시민단체들이 또 투쟁에 나섰다. 시민건강과 식량주권을 지키는 주권국가로서 당당하게 회담에 나서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농산물 이슈가 거론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평가를 하지만 농민들은 트럼프의 돌발행동 등을 보면 언제든지 재점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세협상 당시 불거졌던 검역 완화, 비관세 장벽 철폐 논의나 과수 농가의 수입불안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농산물 개방을 막고 농업을 지키는 길에 정의당이 나서야 한다. 

2024년 기준 10년 만에 100만ha에서 85만ha로 농경지 10%로 감소, 300만명에서 230만명으로 농업인구 24% 감소. 이 속도라면 60년 후인 2085년 한국의 농업은 소멸된다고 예측한 학자의 우려는 기우일까?

시장논리에 맡겨왔던 농업의 결과로 지금 농촌과 농민은 참담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농민들이 국가책임농정과 농민권리, 식량주권을 반영한 농민헌법을 요구하며 투쟁을 멈추지 않는 이유이다. 그동안 한국 정치에 농민의 설 자리는 없었다. 정의당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선  대안 사회를 추구하는 진보정당의 본성을 지켜나가는 것을 소명으로 해야 한다.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을  자본의 먹잇감, 관세협상의 희생양으로 삼아온 지난 정책을 비판하고,  농업의 국가책임 실현 방도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주권, 국민 먹거리 기본권을 실현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개헌운동과 농업, 농촌, 농민을 살리는 실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절박한 농민의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