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관세전쟁과 진보정당

글 : 김종민

진보정당은 현 체제를 지양하고 좀 더 나은 진보적인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을 본성으로 삼는다. 그래서 현재는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선 진보적 대안사회를 추구하게 된다. 본성을 구현하기 위해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강령을 실현하는 진보정치운동을 해나간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 트럼프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관세 전쟁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정치적 방침을 즉각 내놓아야 한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단순히 미치광이 극우 대통령의 유치한 행동이 아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의 위기적 현상을 민낯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자본의 위기 타개를 위한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자유무역 신주단지가 아닌 보호무역 원시시대로 돌아간 자본주의  

연일 쏟아내는 트럼프의 SNS 막말과 협상장 난입 등으로 그동안 유지되었던 전세계 외교의 규칙은 깨지고  하루하루 새로운 깡패 룰이 경신되고 있다. 외교의 진정한 뉴노멀 시대를 활짝 열어 제끼고 있는 것이다. 자유무역이라는 현대 자본주의 신주단지를 버리고 보호무역이라는 원시시대로 돌아간 듯하다.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아침에 세계 경제가 변해 있는 꼴이다. 

이쯤 되면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먼저 트럼프는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일까, 트럼프 관세전쟁의 목적은 무엇인가하는 점이다. 둘째 전세계 나라들은 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며. 마지막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대안은 있는가 하는 문제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무역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미국의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며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핵심정책이기도 하다. 미국 재정 위기 속에서도 감세정책을 해야 하는데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관세수입을 세수입원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  2가지 이유는 관세폭탄선언과 관세협상 등을 통해 1차적으로 모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표면적 분석에만 머무를 수 없다. 전세계 자본의 핵심 자본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초국적 거대 자본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상호관세 발표 행사에서 상호관세 차트를 들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출처 : 서울STV뉴스(http://www.stvnews.kr)

“파르테논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아방가르드 시대다”

이 말은 지난 바이든 정부의 핵심참모인 제이크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이 2023년 4월 부르킹스연구소 발표에서 한 말이다. 신자유주의의 경제 강령에 해당하는 워싱턴 컨센서스로는 더 이상 자본주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고 신자유주의 파산 선언을 한 것이다. 

자본주의는 그 자체의 모순으로 인해 늘 위기를 자초해왔지만, 그 때마다 새로운 착취의 방식, 자본의 독점 등으로 그 위기를 타개해왔다. 심지어 자본주의의 대안이라던 사회주의의 아이디어까지  받아들이며 그 위기를 극복해왔다. 자본주의 위기 타개 방식의 변화는 핵심적으로는 공황과 전쟁을 통해 자본의 집적과 집중의 방식을 달리해온 것으로 축약해서 설명할수 있다. 

신자유주의 역시 이런 타개책 중에 하나였다. 자유무역, 자본시장개방, 민영화, 노동유연화, 재정축소 등의 기둥들로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해낸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40여년만에 이 방법은 이제 낡은 것이 되었고, 자본은 이윤을 창출할 새로운 시공간을 찾아내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더욱 더 야만적인 자본주의가 온다 

2기 트럼프의 등장은 새로운 타개책으로 보호무역주의와 신제국주의를 들고 나온 것이다. 보호무역을 통한 전세계 산업자본의 대규모 재편, 이를 가능케하는 제국주의적 수탈과 침략의 시대를 다시 열겠다는 것이다. 현대적 자본주의를 버리고 다시 원시 자본주의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전세계 노동자들과 민중, 그리고 진보정당들의 저항과 투쟁으로 만들어졌던-자본의 착취와 수탈의 본성이 최소한 통제되던-자본주의를 버리고 야만적인 수탈을 보장했던 신자유주의를 지나 더욱더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시대를 향해 더욱 깊은 수탈의 골짜기로 회항하겠다는 것이다. 


작은 소국에서 시작된 절망은 신종 바이러스처럼 전세계로 전파될 것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아프리카 나라,  LGBTQI+를 증진하기 위한 800만 달러(약 116억원) 지원예산"이 예산낭비 사례라며 트럼프가 말한 나라는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레소토다. 

트럼프의 50% 관세 발표 이후 핵심 산업이었던 리바이스 청바지 원단을 수출하는 섬유산업이 붕괴되어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쫒겨나가고 있고, 미국의 원조 지원 중단으로 최소한의 성소수자 의료지원이 중단되어 성소수자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학교 건설은 중단되어 거리의 아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전세계 각종 자본들은 트럼프식 새로운 자본주의 질서 구축에 금방 적응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관세를 앞세운 야만적인 수탈의 피해는 작은 소국에서 시작해서 아시아 중남미 뿐 아니라 유럽 등 점점 큰 나라로 이어져 나갈 것이 뻔하다. 그리고 그 피해는 자본주의 가장 큰 피해자들인 노동자, 농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으로부터 고스란히 시작될 것이다.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금지]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증명해야 할 시간 

그러나 전세계 어떤 지식인도, 어떤 진보적 정치세력도 트럼프의 막무가내 깡패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EU, 중국, 한국, 일본 등 경제적 선도국가들도 아무소리 못하고 당하고 있다. 몇 나라들만 연대하여 저항하면 해결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왜일까? 전세계 각 나라의 자본주의 비판세력인 진보적 저항세력의 붕괴가 그 이유다. 그 많던 진보세력이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세계 노동자들과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들이 신자유주의에 대항하여 싸웠지만 전세계 진보정치세력은 재대로된 저항전선을 만들고 전세계적 진보연대를 건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이 역사적으로 등장했던 비동맹운동, 반신자유주의국제연대 등을 즉각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민중들의 저항에 앞서 이를 예비하고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진보정당에게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강령을 구현하기 위해 진보정치운동을 해나간다는 소명을 구현할 절호의 기회다. 

이탈리아 혁명가 그람시는 ‘위기는 낡은 것은 죽었는데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새 것을 만드는 것은 진보의 몫이다. 아직 새 것이 태어나지 않은 이 시간이 진보정당에게는 역설적으로 기회가 된다. 정의당이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해 한마디 말 얹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입장을 세우고 태도를 시급히 정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