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숙현
44일의 파업, 노동자의 무리한 요구 때문인가?
지난달 1월,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의 파업이 44시간 동안 있었다. 역대 최장기 파업이라고 한다. 앞서서 광주에서 13일 창원에서 6일간 버스 파업이 있었다.
노동자의 파업에 우호적인 언론을 찾기 힘든 대한민국, 역시나 언론들은 시민의 발을 볼모로 노동자들이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이라고 떠들어댔다.
서울 버스 [사진=연합뉴스]
44시간 최장기 파업의 이면에는 막대한 세금을 민간 버스 회사에 떠먹여 주는 ‘준공영제’라는 제도의 모순이 있다.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면 버스에 들어가는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 이전에 버스회사에 세금이 어떤 식으로 투입되는지 살펴보면 노동자들의 파업의 진짜 원인은 버스 준공영제의 허점과 이 틈을 비집고 버스회사를 인수한 사모펀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버스회사의 이윤창출 도구로 전락한 준공영제
서울시내 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2004년 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도이다. 준공영제가 도입되기 전 버스회사들은 자신의 이윤을 위해 적자 노선을 폐기하고 버스 운행 시간과 회수를 줄이고, 요금은 인상하는 등 대중교통으로서 버스의 공공성을 훼손해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버스 준공영제다. 서울이 제일 처음 시작했고, 여러 지자체가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 운행과 차량·노무 관리는 버스회사가 맡고, 버스 노선에 대한 관리·감독과 운영 책임은 지자체가 맡는 제도다. 협약에 의해 지자체는 버스 1대를 하루 운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인 ‘표준운송원가’를 해마다 산정해 운행 대수와 운행 거리 등 운행 실적에 따라 개별 버스회사에 지급한다. 만약 버스회사가 정해진 운행 실적을 완수했음에도 승객 수가 부족해 운송수입금이 표준운송원가 보다 적으면 지자체가 이 부족분을 재정으로 보전한다.
문제는 첫째, 해마다 보전비용(지자체 보조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24년 기준 1년에 9천억이라는 세금이 버스 회사에 지급되었다. 코로나 이후 버스 회사의 적자가 커지면서 보전비용도 늘어났고, 한번 늘어난 보조금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둘째, 묻지마 지원이라는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와 관련된 사업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보조금을 지급할 때 엄격한 비율이 있다. 지급되는 보조금을 100%로 해서 인건비, 시설비, 사업비 등에 사용하는 보조금의 비율이 정해져있다. 하지만 준공영제하에서 보조금은 항목의 비율 정함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인건비는 줄이고, 수익은 극대화하는 방식의 운영이 되고 있다. 보조금 사용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거나 보조금 사용에 문제가 있으면 회수하는 등의 패널티도 없다.
셋째, 버스 회사들이 여전히 승객 수가 적은 외곽 지역 등의 적자 노선은 운영하지 않고, 버스 운행 회수를 줄이고, 버스 운영 시간을 줄여도 서울시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적자가 나더라도 버스가 운행될 수 있게, 공공성을 강화하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이지만 역할을 하기는 커녕 버스 회사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이다.
넷째, 준공영제의 이런 허점과 모순을 파고든 것이 사모펀드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이 운영하는 준공영제 버스회사 17곳(서울 6곳, 인천 9곳, 대전 2곳)은 영업이익의 118%를 투자자들에게 배당했다. (2024년 기준) 영업이익 외에도 버스 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시설 보강 등 재투자를 위해 써야 할 이익 잉여금 일부까지 투자자들에게 배당했다.
사모펀드에 포획된 대중교통
버스 회사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건비와 시설보강비, 정비 등의 비용은 줄이고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있다, 7300여대 서울시내 버스 중 2000대 이상을 보유한 차파트너스는 주주들의 배당을 높이기 위해 차고지까지 팔고 있다. 사모펀드는 보통 5~7년의 기간이 지나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과 수익금을 돌려줘야 한다. 2025년이 차파트너스가 투자자들과 맺은 계약의 완료 시점이었다. 차파트너스는 현재 여러 회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시 버스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고, 상장까지 계획하고 있다.
적자가 나도 지자체가 보전해주다니, 얼마나 안전한 자산이가? 이런 안전성을 선전하면서 이제 주식 차익까지 얻겠다는 것이다.
매일 늦는 버스, 긴 배차시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버스를 감내하고 있는 시민들의 돈으로 장사를 하는 버스 회사, 이것이 바로 준공영제의 민낯이다.
진보정당이 포기할 수 없는 정책, 대중교통의 공공성 강화
준공영제 도입 22년이 되었는데 매년 반복되는 버스파업과 끊임없이 지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부를 고치는 것으로는 안된다. 전면 변화가 필요하다. 지자체가 노선, 차량 소유와 운영을 직접 맡거나 공기업에 위탁해 공공성을 극대화 하는 완전공영제가 필요하다.
물론 당장은 버스 회사 인수와 차고지, 환승센터 등을 새로 짓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세금이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쓰이는 것이다. 한번에 완전공영제를 도입할 수 없다면 적자지만 버스 운영이 필요한 노선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통혼잡부담금 등의 과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정의당은 그동안 사모펀드의 버스 회사 운영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3만원이면 모든 노선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3만원 프리패스 사업 등을 제시해왔다. 앞으로도 정의당은 준공영제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버스 완전공영제를 위해 노동조합, 시민단체들과 대시민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2025년 공공운수노조와 진보정당들이 시내버스를 시민들이 직접 인수하자는 운동을 진행한 바 있는데 이런 운동을 장기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중교통인 버스의 공공성 강화 정책은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