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숙현
중국 영화 ‘맵고 뜨겁게’는 남들이 이야기하는 거창한 목표는 아니지만 자기만의 싸움에서 한번은 이기기 위해 뛰어든 주인공 두러잉의 이야기를 다룬다. 약삭 빠르지도 못하고, 이 사회가 요구하는 자원을 갖지도 못한 주인공은 어떤 이유로 한동안 방에서 나가지 않고 무기력한 은둔 생활을 한다. 부모와 동생에게 두러잉은 골치덩어리이다.
자신을 수시로 무시하는 동생과 엄마의 잔소리를 견디지 못한 두러잉은 독립을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음식점 건물에 있는 복싱 체육관 광고지를 우연히 본 두러잉은 복싱을 통해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해간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맵고, 도시의 관계는 차갑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음식점 주인은 두러잉에게 함부로 대하고, 사귄다고 믿었던 복싱코치가 후배에게 자신과의 연애를 부정하는 말을 듣는다. PD인 사촌동생의 절박한 부탁으로 출연한 텔레비젼 프로그램에서 망신을 당하는데 이 모든 것이 동생의 의도인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냥 살아갔을 뿐인데, 세상은 두러잉에게 한번도 친절한 적이 없었고, 삶과의 투쟁에서 언제나 패배했다. 더이상 삶을 유지할 힘이 없던 두러잉은 투신 자살을 감행하는데, 죽는 것도 쉽지 않다. 두러잉이 독하게 복싱 연습에 골몰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인 이 장면에서 울 수밖에 없는건 두러잉의 인생이 우리와 비슷하다는 감정이입 때문일 것이다.
그저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것뿐인데 세상은 언제나 맵고 차갑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본 사람은 두러잉이 단 한번의 승리를 위해 수없이 얻어 맞아가며 복싱 경기를 할 때 자기도 모르게 응원을 하게 될 것이다.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여성이 복싱연습을 열심히 해서 끝내는 복싱 챔피언을 이기는 판타지는 없다. 두러잉은 수없이 얻어맞고, 코치는 경기를 중단하자고 계속 이야기한다.
그러나 피를 흘려가며 기진맥진 싸우는 두러잉은 결코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상대 선수에게 한방을 먹인다.
결과는 상대 선수인 복싱 챔피언의 승리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에게 애인 사이를 부정했던 복싱코치가 다가와 만나자고 제안하고, 두러잉이 이를 거절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두러잉 역할을 맡은 자링은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하다. 엔딩 크레딧 장면에는 매일의 날짜와 알 수 없는 숫자들이 올라가는데, 자링이 이 역할에 몰두하기 위해 60kg을 찌우고 다시 운동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는 과정에서 매일의 몸무게를 기록한 것이다.
세상을 향해 한번의 승리를 이루어 간 두러잉과 영화의 중요한 작업날 외에는 단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자신의 체중을 감량한 자링 감독의 노력은 그야말로 맵고 뜨겁게 자신을 불태운 과정이다.
진보정당 운동이 어려운 시기이다. 한번의 승리가 무엇보다 소중한 시기라고 한다. "한번은 이기고 싶었다."는 두러잉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진보정당 당원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