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그린란드를 욕심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글: 배성준

미국은 오랫동안 그린란드에 집착해왔다. 

트럼프가 국토의 약 84%가 얼음으로 덮여 있는 인구 5만 7천 명의 섬나라 그린란드를 미국에 합병하겠다고 선포해 외교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미국의 그린란드에 대한 집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40년 나치 독일이 덴마크를 점령하자 미국은 먼로 독트린을 근거로 그린란드를 자국 보호령 하에 두었다. 1941년 나치가 장악한 덴마크 대신 주미 덴마크 대사와 협정을 맺고  군사 기지를 건설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종료 후 미·소 냉전 체제가 시작되었다.  미국의 트루먼 정부는 그린란드를 소련에 대항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는 계획 하에 덴마크에 1억 달러를 그린란드 매입 금액으로 제시했으나 덴마크 정부의 단호한 거절에 무산되었다. 하지만 1951년 덴마크와 미국의 양자 방위 조약을 체결하면서 그린란드 내에서 실질적인 군사적 지배력을 확보했다.

<트럼프 영토 야욕 그린란드 개요 출처 : 연합뉴스>

미국은 군사적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그린란드 자체에 대한 욕심을 끊임없이 드러냈다. 특히 트럼프는 집권 1기부터 지금까지 그린란드 구매 의사를 집요하게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9년 ‘대규모 부동산 거래’를 이야기하며 시도되었고, 덴마크가 거절했다. 트럼프 2기인 지금은 미국의 안보에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강도 높은 압박과 무력 사용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린란드에 집착해온 역사적 배경이 있다 하더라도, 미국은 왜 하필 지금 그린란드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유는 첫째, 그린란드에 매장되어 있는 희토류를 비롯한 25종 이상의 천연 자원 채굴 가능성이다.
미국 지질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약 150만 톤의 희토류와 3,610만 톤의 핵심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된다. 빙하로 덮여 있어 채굴이 쉽지 않았으나 최근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대규모 채굴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특히 최근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가 희토류 수출 통제로 혼난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를 대신할 생산처가 필요한데 그린란드에는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는 것이다. 희토류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사업에 없어서는 안되며 미국의 핵심 무기에도 반드시 쓰이는 광물이다.

하지만 그린란드의 희토류를 비롯한 광물 채굴 가능성은 신화에 가깝다.

극심한 추위, 평균 두께 1마일의 빙하, 얼어붙은 바다, 그리고 전무한 사회 기반 시설(인프라) 때문에 자원을 채굴하고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설령 채굴을 했다 하더라도 광물을 가공하고 처리할 인프라도 없다. 그린란드는 덴마크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며 인구의 90%가 어업에 종사하는 작은 섬나라에 불과할 뿐이다.

북극 연구 싱크탱크인 아틱인스티튜트(The Arctic Institute)의 말테 훔퍼트(Malte Humpert)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경제적 현실을 한마디로 요약한다. "될 수 있었는데도 안 됐다면, 그게 답”이라고. 경제성을 맞추는 것이 그만큼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둘째. 그린란드가 미국 본토 방어의 최전선이자 전세계 물류 패권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북극 항로 개발의 핵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린란드에는 미국의 '피투픽 우주군 기지'가 있어 북한과 러시아의 미사일을 가장 먼저 감시할 수 있다. 또한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영국을 잇는 좁은 해로를 가리키는 GIUK 갭(Greenland–Iceland–UK gap)은 러시아 잠수함이 대서양으로 나가는 길목이므로 이곳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다.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 항로가 열리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갈 때 기존에 사용했던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것보다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북극 항로를 차지하는 국가가 물류 패권의 중심이 된다, 그린란드는 북극 항로의 문지기 역할을 한다.

정리해보면 트럼프의 그린란드에 대한 욕심은 반도체 원료 공급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에서 빠져나와 중국과의 대립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함. 북극에서 군사적으로 팽창을 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고 북극 항로에 대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 이다.

또 다른 이유, 미국의 AI자치구로서 그린란드 

최근 미국이 그린란드 구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에 대한 또 다른 분석이 등장하고 있다.   

전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글, 오픈AI,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의 가장 큰 비용은 반도체 칩 자체가 아니라 전기와 냉각 비용이다. AI 데이터센터 하나는 중소도시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며,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미국 본토에서는 전력망 포화와 각종 규제로 인해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그린란드가 떠오르고 있다.  일 년 내내 영하의 기온을 유지하는 그린란드는 데이터센터 서버의 냉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거대한 '천연 냉각기'다. 또한 거대한 빙하 아래 잠재되어 있는 대규모의 수력 및 지열 에너지 자원을 통해  AI 연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친환경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최근 분석가들은 미국이 무력 충돌 대신 인프라 투자를 앞세운 ‘연성 병합’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빅테크 데이터센터 뿐만 아니라 군사 위성 기지, SMR(소형모듈원자로) 기반 발전소 등을 건설해 그린란드의 경제와 일자리를 미국이 책임지면서 실질적인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최근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와 아틀란틱 카운슬 같은 유력 싱크탱크들은 그린란드를 단순한 군사 기지가 아닌, 미국 빅테크를 위한 '잠재적 AI 주권 자치구(Potential AI Sovereign Zone)'로 규정했다. 

그린란드는 사고팔 수 있는 부동산이 아니다. 

덴마크에 대해 관세 부과 및 무력 사용까지 언급하며 그린란드를 팔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입장은 단호하다. 미국의 동맹인 EU도 덴마크와 같은 입장을 내고 있다. 현재는 NATO의 중재로 트럼프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외교, 국방, 통화 정책은 덴마크가 관할하고 있지만 그린란드는 자치 정부와 의회를 갖추었으며 독립 여부도 스스로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린란드의 모든 시민들과 정치 세력은 한목소리로 미국의 그린란드 구매 시도에  "그린란드는 상품이 아니다,"라며 단호한 거부를 하고 있다. 오히려 독립에 신중했던 시민들이 강력한 독립을 요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는 분석도 있다. 

전 세계에 대한 주도권과 통제권이 미국에 있어야 한다는 제국주의적 침략 방식을 거두지 않는다면 그린란드는 미국을 향한 국제적 저항의 전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