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홍의석
1901년 영국은 카자르 왕조가 집권하던 페르시아로부터 석유 탐사권을 획득한다. 이란에서 60년간 석유 및 천연가스를 독점 탐사, 개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것이다. 페르시아가 받은 대가는 고작 20,000파운드와 순이익의 16%를 배당하는 약속이 전부였다. 이때 설립된 앵글로-페르시아 석유회사(Anglo-Persian Oil Company, APOC)는 오늘날의 BP(British Petroleum)로 이어진다.
| (브리티시페트롤리엄 : HUFFPOST 갈무리) |
세계에서 4번째로 석유 매장량이 풍부한 이란은 자국의 석유 자원을 고스란히 영국에게 빼앗기고 만 것이다. 이란이 보유한 석유 자원은 영국과 미국에 석유 패권을 안겨주었고, 그 패권을 지키려는 야욕은 이란에 대한 정치 개입으로 이어진다.
(세계 원유 매장량 주요 국가 순위 : 헤럴드경제 갈무리) |
1921년 영국군 출신 레자 칸이 이끄는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영국의 지원을 받은 레자 칸은 손쉽게 페르시아를 장악했고, 팔레비 왕조의 초대 샤(왕)가 되었다. 레자칸은 영국과 소련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양국 사이의 긴장 관계를 이용한 전략적인 외교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독일의 소련 침공으로 소련과 영국이 동맹국이 되면서 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영국과 소련 연합군에 의해 퇴위 당하고 그의 아들인 모하마드 레자가 왕위를 이어받는다.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 집권 시기 총리였던 모하마드 모사데그는 영국 소유의 석유 산업을 국유화하였다. 왕의 통치력을 약화시키며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던 총리는 왕을 지지하는 세력과 영국을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이 주도하는 쿠데타로 실각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저항으로 쿠데타는 실패하고,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는 국외로 도피한다. 하지만 두 번째 쿠데타로 모사데그가 체포되면서 석유 주권을 회복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민족주의와 민주화 운동의 의지는 꺾이고 만다.
팔레비 왕조의 무능과 부패, 외국 세력(미국/영국)에 의존하는 억압적인 국정운영은 시민들을 분노하게 했고, 1977년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다양한 부문의 시민들을 묶어내며 시민 저항 운동으로 발전했다.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은 더 큰 시민 저항으로 되돌아왔고, 전국을 마비시키는 광범위한 봉기로 확산된다. 1979년 1월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는 국외로 망명하였고, 그 뒤를 이어 임시정부의 초대를 받은 호메이니가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귀국해 정국을 장악한다.
호메이니는 최고 지도자가 되면서 중요한 이념적 원칙을 세우는데
첫 번째는 외국의 영향력을 배제한 이슬람 공화국을 세우는 것.
두 번째는 억압적이고 부패한 통치자들로부터 무슬림 국가와 비무슬림 국가를 해방기 위한 ‘혁명의 수출‘이다.
투데당(Tudeh Party of Iran)을 비롯한 사회주의자들은 혁명으로 이란에 근본적인 변혁이 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호메이니를 지지하였던 사회주의 세력들은 호메이니가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숙청된다. 자유를 향한 열망이 민족주의와 종교적 원리주의로 급변한 이란에서 사회주의 정당 활동은 불법화 되었고, 사회주의자들이 설 자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거짓으로 좌파의 가치를 가져간 호메이니가 미래 경쟁 세력을 제거한 것이다.
호메이니의 뒤를 이어 이란을 집권하는 하메네이 역시 사회주의자들을 불법으로 몰아 탄압하고 있다. 정적이 제거된 이란은 조용히 하메네이 뜻대로 움직여줄 것인가?
2025년 12월 28일,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통화가치 폭락으로 식료품 가격이 평균 72% 상승하는 등 생활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미국의 경제제재가 원인이다. 더불어 최근 이스라엘이 벌인 이란에 대한 폭격으로 파괴된 기반 시설에 대한 복구 비용은 경제위기를 심화시켰다.
이란에 닥친 위기는 외부에서 비롯됐지만, 이것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진 않는다. 과두제로 인한 부패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 (이란 시위를 지지하는 시민들 : POLITICO 갈무리) |
이란의 산업도시 아라크(Arak)에서 노동자평의회 선언이 있었다. ’모든 권력은 평의회에!‘
아라크 알루미늄 공장 노동자들은 임금체불과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파업에 나섰지만 지금 이란의 상황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무능한 대응과 회사 측의 모욕적인 태도는 부패한 현 정권을 향한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란 동아제르바이잔 주(East Azerbaijan province)에 있는 안디르간 금광(Andirgan gold mine)에서 지역 주민들이 금광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봉쇄하였다. 지역 주민들과 금광 운영사의 갈등은 17년간 지속되어 왔다. 부패한 정권과 연계된 자본이 자원을 약탈하며 환경을 파괴하자 가축이 죽어가고 농작물이 황폐해졌다. 부패한 정권과 자본이 지역 농민의 삶을 파괴한 것이다. 분노한 농민들은 금광으로 가는 도로를 봉쇄하였다.
노동자와 농민이 뭉쳐서 부패한 정부에 대항하고 있다. 종교 지도자에게 기대어 이권을 차지하고 있는 혁명수비대를 향한 저항이다. 부패한 종교엘리트에 지친 민중들이 또 다른 혁명을 요구하고 있다.
중동에 개입하는 패권국들을 몰아냈지만 보수적이고 부패한 이슬람주의를 이제는 민주주의로 변화시켜야 할 때이다. 민중들의 힘으로 삶을 변화시키고 신제국주의에 맞서서 함께 연대해야 이란에 개입해온 국가들의 야욕에 맞설 수 있다. 부패한 정권도, 경제제재를 통해 이란 민중의 삶을 어렵게 만들어온 미국을 비롯한 서방도 이란 민중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란에서 공식적으로 사회주의 정당 활동이 금지됐지만 투데당(Tudeh Party of Iran)과 이란공산당(Communist Party of Iran)을 비롯해 외국 망명 중인 정당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노선이나 가치의 다름으로 분열해 흩어져 있지만 민중들이 일어선 지금 흩어진 세력을 모아 민중들의 투쟁을 지지, 엄호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