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석 이상의 의석을 가지고 있던 일본 사회당은 어떤 이유로 서서히 역사의 뒷안길로 사라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이 역사 속에서 민주노동당이 고민해보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찾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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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당 로고, 사진출처:일본위키피디아> |
일본 사회당의 성공 배경에는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이하 총평)가 있다. 사회당은 총평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세력을 확대해갔고., 총평 간부 출신 다수는 사회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다. 하지만 총평 간부들만이 사회당에 입당을 하고, 사회당은 당내 체계가 아닌 당- 총평 간부들을 중심으로 하는 회의 체계를 중요하게 유지했다. 조합원들이 당원으로 입당해서 당내 체계에 속해 활동하는 것이 아닌 당- 노조의 전략회의만 존재한 것이다.
1987년 신자유주의 물결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을 당시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은 행정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일본국유철도(국철) 민영화를 추진한다. 이는 신자유의 정책의 일환이였으며 총평의 중심인 공공부문 노동조합을 파괴하려 하는 숨은 의도가 있었다. 국철 민영화 정책은 노조 조합원들의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였고 조합원들이 대거 노조를 탈퇴하면서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성공하게 된다. 대기업 노조 중심의 실리주의를 추구하는 우경화된 새로운 노총 일본노동조합연합(이하 렌고)이 800만 조합원으로 출범 했다. 2년 뒤 총평은 해산하게 되고 산하 노동조합은 렌고에 흡수된다.
사회당은 총평 해산으로 큰 지지기반을 잃게 된다. 노동조합원과 당원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두 단체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자체가 당을 지지하는 방식은 간부들의 성향과 노조변화에 따라 조합원들의 지지 성향이 달라지는 불안정성이 있다. 조합원들을 당원으로 입당시키고, 그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고, 진보정당 내에서 활동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당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1970년대부터 ‘100만 당원’ 운동을 벌였지만 1989년 12만 5천명으로 당원 가입을 이루었지만 더 이상 늘지 않았다. 늦었던 것이다.
진보정당은 자신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을 정치세력화 하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사회당은 총평의 노동자들을 정치세력으로 만들지 않고, 불확실한 지지자로만 남겨둔 것이다. 결국 당의 근간인 당원이 없이 의원+지지자만으로 구성된 정당으로 존재해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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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의 제7회 정기 대회(1956년 8월),사진출처: 일본 위키피디아> |
둘째, 진보정당의 본성인 대안사회를 위한 정책생산에 실패했다.
군국주의 확장을 막기 위한 평화헌법 9조를 지켜내기 위해 사회당은 많은 노력을 했고 지켜냈다. 사회당이 어려워진 순간에도 평화헌법 9조를 지켜내는 평화블럭을 유지했고, 그나마 사회당이 버티는 힘이었다.
하지만 평화헌법 9조를 지켜내는 것 외에 사회당만의 이념과 정책을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1980년대 경제호황의 거품이 빠지면서 일본에는 경제 위기가 닥쳐왔다. 사회당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개혁을 제시했고 구제적인 정책으로 복지 확충, 완전고용, 최저임금제, 노동시간 단축 등과 같은 서유럽 복지국가 노선을 구현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선언에 불과 했고 현실에서는 이를 구현하지 못했다. 서유럽의 복지국가 정책은 경제호황을 전제로 한 것으로 경제위기가 시작된 일본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정책이었다.
보수정당인 자민당은 사회당보다 발빠르게 대응해 고용보험 등 일부의 복지제도를 강화하면서 사회당의 정책을 자신들의 정책으로 흡수해갔다.
이후 작은 시도들은 있었지만 일본의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당만의 대안정책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일본 사회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맞는 진보적인 대안정책을 내놓는 것은 사회당이 가능성 있는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었지만 이에 실패하면서 국민의 지지는 점차 떨어져갔다.
이후 사회당은 사민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소수의 국회의원이 존재하는 정당으로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인정받고 있지는 못하다.
지금 민주노동당의 모습은 어떤한가? 일본 사회당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가? 복지국가 노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금의 자본주의 대한민국을 바꿀 대안이념과 정책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을 비롯한 지지세력을 입당시키고, 당원으로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에 집중하지 못했다. 두 가지는 가장 어렵고, 장기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진보정치를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