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안숙현
11월 1일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새벽 어스름 피곤할 법도 한데, 사람들의 눈빛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기업과 국가들이 모여 이 지역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할 APEC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천년고도 경주에서 APEC반대! 트럼프 반대! 국제민중회의와 국제민중대행진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다른플랜의 회원도 지난 10월 19일 창립대회에서 선언했던 “세계의 정의당, 자본주의라는 전세계적 모순을 함께 해결하겠다는 시선을 놓치지 않고 국제진보연대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새기며 경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APEC에 맞서는 국내 유일한 목소리, 국제민중행동조직위원회
지난 9월 26일 2025 국내외 38개 단체로 구성된 APEC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가 결성되었고, 정의당도 조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조직위원회는 APEC 주간에 다양한 국제민중행동을 계획했다. 10월 29일 트럼프 방한에 맞춰 경주에서 반트럼프 시위를 진행했다. 트럼프라는 개인에 대한 반대를 넘어, 미국이 벌이고 있는 관세전쟁과 패권주의에 대한 저항의 의미이다. APEC정상회의를 통해 강화되는 트럼프와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구조에 반대하고, 국제 연대를 통해 이러한 흐름에 대항하겠다는 의지이다. 더불어 10월 30일 APEC 기업인 서밋에 대항하는 국제민중컨퍼런스를 열어 현재 자본주의 문제를 진단하고, 민중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가기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또다른플랜의 비전, 자본주의 극복을 위한 국제연대
또다른플랜은 기관지 ‘플랜’ 창간준비호 4호에서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미국의 군산복합자본의 이윤를 보장하고, 자본주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세계 민중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쟁이라고 비판한바 있다.
또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기업과 정상들이 모여 민중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경제정책을 논의하지만 어떠한 논의가 진행되는지 철저하게 비밀인 APEC, 트럼프의 관세전쟁에 대응을 하기는커녕 민중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APEC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진보정당의 본성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또다른플랜의 입장에서 트럼프와 APEC에 맞서 국제연대를 강화해가는 조직위원회가 계획한 국제민중행동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자본의 회의에 맞선 국제민중회의
4시간을 달려 경주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연대는 국경을 넘는다’는 현수막으로 꾸며진 국제민중회의장으로 들어섰다.
제3세계 민중의 역사를 담은 책 <갈색의 세계사>를 쓴 인도 출신 학자이자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 소장 비자이 프리샤드의 대회사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APEC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공동의 번영'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모였지만, 우리는 사람의 삶을 위해 모였습니다.
우리가 세워야 할 것 은 자본의 세계화가 아니라 민중의 세계화입니다.
저들의 에이팩이 아 니라 노동자의 에이 팩, 그리고 우리의 에이팩으로 만듭시다."
- 비자이프리샤드 대회사 중
회의는 3가지 안건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안건, APEC 반대. 트럼프 반대 규탄
두 번째 안건, 2026년 1월 20일 트럼프 취임 1주년에 맞춰 트럼프 반대 국제동시행동 진행
세 번째 안건, 2025 APEC 반대, 트럼프 반대, 민중 모두의 경제 국제민중선언문 채택
대회에 함께 한 정의당 권영국 대표는 "흩어지지 말고 다시 만나자. 오늘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2026년 1월 20일, 세계 곳곳에서 다시 손잡자"는 말로 연대를 다짐했다.
국제민중행동을 위해 입국한 레소토, 미국,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멕시코, 인도 등 해외 활동가와 연구자들이 대회에 함께 했다.
또다른플랜이 공부해온 ‘세계진보정당운동사’ 속에 펼쳐졌던 국제연대가 눈앞에, 현실로 펼쳐진 순간이었다.
경주를 가로지른 국제민중대행진
오후 2시부터 참가자들은 "NO 트럼프! NO KINGS!", "민중 모두의 경제!"를 외치며 경주 시내를 누비는 민중대행진에 함께 했다. 행진을 이끌거나 스텝의 역할을 하고 있는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또다른플랜 회원들이 곳곳에서 국제민중행동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경상도 크기의 국가인 아프리카의 레소토는 50% 의 관세 부과로 공장이 문을 닫고, 가장 취약한 여성, 청년 노동자들부터 해고되었다. 최종 관세율을 낮추기는 했지만, 레소토 경제는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레소토의 비극은 아프리카의 한 나라의 비극이 아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계 경제질서 하에서 남아메리카로, 아시아로, 유럽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고통 받는 것은 자본이 아닌 민중이다.
국제연대로 레소토를 지켜달라는 레소토 섬유노동 조합 사무총장 솔롱 세노헤의 발언을 들으며,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해 연대의 발걸음에 더 많은 힘을 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경주 시민들은 여기저기 모여 대행진을 지켜보며, 무슨 일이냐 묻기도 하고 놀란 눈으로 보기도 했다. 반트럼프, 반자본주의, 국제연대의 목소리에 조용하던 경주가 웅성거린다.
아이돌을 앞세워 축제로 소개하던 APEC이 외면한 민중들이 손맞잡고 걷고 또 걷는다.
연대의 다짐이고, 자본주의 위기를 민중에게 전가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맞서 투쟁하겠다는 결심이다.

2026년, 1월 20일 승리하기 위해 모이자.
"우리는 승리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입니다.
투쟁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싸우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투쟁을 한다는 것은 가장 넓은 연대를 구축한다는 것이고요
우리는 단결하지 않으면 함께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이 투쟁을 함께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인낄라 진다버드(혁명이여 영원하라!) "
오늘의 연대를 이어, 트럼프 1주년에 맞춰 우리는 다시 모이고 투쟁할 것이다. 또다른플랜은 국제연대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행동을 이어갈 것이다.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피곤으로 곤한 잠에 빠진 참가지들의 얼굴을 보며, 오늘의 투쟁을 곱씹어본다. 또다른플랜의 국제연대는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