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딱 그랬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 안 영화가 던진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 여운이 사라지지 않고 맴돌았고, 많은 사람들이 <세계의 주인>을 보면 좋겠다는 바램이 생겼다.
윤가은 감독이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가능한 사전정보없이 영화를 보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다. 아무런 정보없이 보게 된 영화였고, 그래서 인물들과 연출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세계의 주인>을 볼 분들을 위해 스포일러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딱 세 가지 지점에서 추천을 히려고 한다. 첫째는 영화적 연출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풍경과 다양한 인물들을 아주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영화 속 수많은 메타포들은 몰입과 긴장을 준다. 영화를 본 후 장면들을 곱씹으며 서로의 해석을 나누는 즐거움을 가져보길 바란다. 둘째는 살아 숨쉬는 인물들이다. 주인공(주인 역)서수빈 배우와 엄마(태선 역) 장혜진 배우는 압권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때론 담담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몰입하게 한다. 주인의 동생(해인 역) 이재희 배우가 가족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에서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영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성인지감수성(젠더감수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 <세계의 주인>은 성폭력피해자나 주변 인물들을 단순화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양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고, 때론 모순되는 모습을 보이는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나와 동일시 하고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우리는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관계망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연대의 입장을 갖게 하는 부분이 참 좋았다. <세계의 주인>을 만나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