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진보정당의 선거 승리

글: 홍의석

<글을 쓰는 시점에 호주 총선 개표는 90% 진행되었고 12~13석이 미확정된 상황입니다, 사진출처:호주선거관리위원회>

호주 총선에서 집권 노동당이 고전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고 승리하였다. 전체 유권자의 34%를 득표한 노동당은 94석을, 31%를 득표한 자유당은 43석을 획득했다. 득표율은 3%의 차이지만 의석수는 2배 넘는 격차로 벌어졌다.
 
이러한 격차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호주의 독특한 선거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호주는 선호투표제와 의무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모든 후보에게 지지순위를 매기고 1차에서 과반득표자가 없다면 가장 적은 득표자의 표를 확인하여 지지순위로 표를 나누어 주는 방식이다. 과반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가장 적은 득표자의 표를 나누어 주기 때문에 유권자 의사를 세밀하게 반영할 수 있다. 또한 비례대표제와 함께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투표가 의무이기 때문에 투표율이 90%를 상회한다. 유권자의 의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원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의 득표율은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당선은 안 되었지만 2위를 기록한 무소속 후보들은 다음선거에서 당선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강력한 반이민 정책과 백호주의(white australia)는 오랜 기간 보수정당의 노선이었다. 하지만 호주의 산업이 변화하며 노동력을 위한 이민정책이 시행되었고 이민자가 증가하며 호주의 정치지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그 시작은 동성혼 합법화였다. 보수정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 결과는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였다.

유권자는 변화하고 있는데 호주의 보수정당 정책에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한때 잘나갔지만 지금은 쓸모없어진 카세트테이프처럼 낡은 정책을 고수하다 무소속 후보들에게 밀려나 이전 선거 때보다 의석이 줄어들었다.


<사진출처: 국토연구원 국토이슈리포트 제40호>

호주에 불어 닥친 변화의 바람은 보수당뿐만 아니라 노동당에게도 시련을 가져왔다. 지난 선거에서 어렵게 집권에 성공했지만 이민자로 인한 인구 급증은 도시 인프라와 주택 수급에 불균형을 가져오며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를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증가는 물가를 폭등시켰으며 자산가에게 유리한 세금 혜택과 부동산 장기보유에 유리한 제도 등은 안 그래도 취약한 임대주택시장을 붕괴시켰다.주요 수출품인 광물 자원이 중국에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중국의 경제침체가 곧 호주의 침체로 다가왔다.

계속된 실정으로 민심이 이탈하며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의 재집권은 요원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노동당은 시민들과 노동자의 삶을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진보적인 가치에 충실한 정책을 고민하고 실행하며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노동자의 실질 소득 상승을 이끌었다. 메디케어를 강화하여 의사진료를 더 쉽고 저렴하게 만들었다. 양질의 유아 교육 및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구조적으로 취약했던 호주의 임대주택시장에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한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환경을 훼손하는 개인과 기업을 단속할 수 있도록 환경보호청 설립을 약속한다.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높지만,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호주는 AUKUS(2021년 9월 15일, 미국, 영국, 호주 3개국이 결성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3자 안보 파트너십,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군사동맹이다)와 FIVE EYES (상호 첩보 동맹을 맺고 있는 영국,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5개국을 이르는 말)협정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호주 자유당은 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를 모방하여 반이민 정책과 감세정책을 내세웠지만 유권자의 외면을 받았다. 언론들은 반트럼프 정서가 노동당의 재집권을 만들었다고 설명하지만 민심을 받아 안은 노동당의 정책이 유권자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라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