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굴욕적 속도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2025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 협의'- 양국 재무, 통ㅡ상분야 대표자 2명씩이 함께 하는 협상-는 단순한 통상 이슈를 넘어, 대한민국의 경제주권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굴욕적 협상의 서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주도의 협상에서 '7월 패키지'를 향한 성급한 타결 시도는 중단해야

한국은 미국이 관세인상을 유예한 7월 8일 전까지 이번 2+2 협상에서 제기된 관세-비관세 장벽,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정책 등을 패키지로 묶어 새로운 협상안을 만들어 미국과 다시 협상을 하겠다는 결정을 했고, 속도를 내고 있다.

1)한국 정부는 비관세를 목표로 관세 품목을 조정하려고 한다. 특히 자동차, 철강 등 미국 수출이 많은 품목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인상은 다자간 협상을 강조하는 국제질서에도 맞지 않고, 일관성없는 정책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관세를 무기로 미국은 다른 나라의 경제에 위협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데 2+2협상도 다르지 않다.

2)미국은 조선업 발전을 위한 기술협력과 알래스카 LNG기술 설비 투자를 요구한다. 중국과의 해상 패권정책에서 승리하기 위해 미국은 조선업을 부흥시킬 계획을 세웠는데 한국의 우수한 조선업 기술을 이용하고자 한다. 미중간의 패권정책에 한국이 휘말리게 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화석연료 우대 정책에 따라 알래스카에 LNG 설비투자를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정권이 바뀌어 화석연료 정책을 폐기시킬 경우 우리에게 큰 타격이 올 수 있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 화석연료 사용 확대에 기여(?)하는 것이 옳은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3)통화정책에 대한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한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고위로 환율을 조정하면서 원화를 절상시켜 수출에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의 통화정책에도 간섭하려고 한다.

“단순한 관세율 조정이 아니라, 한국의 산업정책·기술 규제·금융주권을 미국 기준에 종속시키려는 본격적 경제구조개편 시도로 보여진다. 특히 한국을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에 강제로 끌어들이려는 포석이라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이 비판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이다.

최상목 기재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합의한 '7월 패키지'는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속도전에 편승한 결과다. 협상 주도권은 온전히 미국 측에 있으며, 한국은 관세 유예 기간(7월 8일)이라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상정한 데드라인에 쫓기고 있다. 이런 졸속 협상은 국가의 장기적 국익보다 단기적인 외교적 성과에 집착하여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출처:이데일리

트럼프의 관세정책의 본질은 무엇인가

지난해 11월,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는 취임 초기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는 트럼프 2.0 정책의 실체는 1) 고율의 무역 관세 부과, 2) 법인세 인하, 3) 미국 우선주의, 4) 불법이민 근절, 5) 탈 친환경에너지 정책이 핵심적이다.

관세로 무역적자를 메우고, 법인세를 인하하겠다는 트럼프 2.0 정책의 배경은 역사적으로 높은 국가부채 상황(2025년 4월 기준, 미국의 총 연방 부채는 약 36.22조 달러. 2025년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약 124.4%로 전망. 미국상원의회경제위원회)을 해소하고, 미국 내 제조업을 부활시켜보겠다는 시도였다.

미국의 경제·군사적 힘을 바탕으로 외국산 제품에 대해 징벌적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패권주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발상이다. 또한, 법인세 인하로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세계 각국과 맺어 놓은 경제협력(WTO, 한미FTA 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기대와 달리 불확실성을 키워 기업 투자를 위축시켰다. 노동자의 소득 격차를 확대하고, 소비자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오히려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진출처:한국경제

관세정책으로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

미국의 많은 경제학자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관세는 외국이 내는 것이 아니라 결국 미국 국민이 낸다.” 관세정책은 미국의 부채를 외국의 기업과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국의 노동자들도 물가상승으로 고통받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락가락하는 관세정책으로 미국 증시도 덩달아 출렁거리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증권가가 트럼프의 입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타임지 인터뷰에서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백악관 내부자들이 관세 유예 발표 전 선행매매로 불법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관세 유예 발표 이후 트럼프 미디어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21.67% 상승한 20.27달러로 마감했다. 12.16% 상승 마감한 나스닥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많이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미디어 지분 53%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관세 유예 발표를 전후로 지분 가치가 4억1500만 달러(6000억원) 상승했다고 한다.

패권적 관세정책으로 미국과 세계 각국의 노동자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고통받고 있는 반면에, 소수의 금융 재벌들은 시세 차익을 누리며 부를 챙기고 있는 것이다.

관세 협상에서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전략이다.

현재 한미 관세 협상에 필요한 것은 성급한 타결이 아니다. 더욱이 6월 3일 새정부가 들어서고 한달만에 협상안을 만든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계엄선포로 쫓겨나간 정부의 관료들이 한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협상의 많은 것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다. 책임질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급한 것은 트럼프이다. 내년에 실시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어떤 성과라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장기적 경제 불황을 해결해보려고 무리한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전, 대미 투자 확대, 방위비 연계 등 민감한 사안은 성급하게 양보할 사안이 아니다.관세 정책을 지렛대로 하는 미국의 무리한 요구 속에서 한국의 시민들이 겪을 문제를 생각하고, 한국에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전체 협상판 자체를 차기 정부로 이양해 장기적 국익을 고려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또한 또한, 미국의 일방적 통상 압박에 맞서기 위해, 국제 공조 프레임(유럽연합·중국 등)과 다자체제 복원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려면 속도전이 아니라 다양한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