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를 통해 정의당의 과제를 고민해보자.
홍의석
(일본 TBSnews 참의원 선거 2025 특설 사이트 갈무리)
지난 7월2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은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였다. 지난 중의원 선거에 이어 참의원 선거까지 패배한 집권 자민당은 지지세 이탈이 가속되고 있다. 이번 참의원 선거 패배는 누구나 예상했던 결과였다. 자민당 의원들의 비자금 스캔들이 정국을 흔들었음에도 안이한 대처는 자민당 스스로 유권자의 심판을 자처한 격이다.
자민당 의석이 축소되었지만 야당 역시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 의석에서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민당을 떠난 민심이 야당으로 옮겨가지 않은 것이다.
자민당을 이탈한 유권자는 어디로 갔을까?
(참정당에 항의하는 일본 시민들, 고베신문사 갈무리)
자민당을 지지하던 유권자들의 표심은 새롭게 등장한 참정당이란 극우정당에게 향했다. 이들은 사회보장제도가 지속 가능하려면 선택적 복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에 들어오는 외국인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며 토지와 부동산 구매를 제한하고 안전보장을 위해 외국인에 대한 감시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완전한 극우의 주장이지만 이들의 주장에 재미있는 부분도 들어 있다. 농업-수산업을 보호하고 식량자급 100% 달성을 위해 1차 산업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주장하거나, 고령화 되는 일본사회를 위해 돌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들이다. 극우의 주장에 진보정당의 의제들이 섞여있다. 뿐만 아니라 기가 막히게도 참정당은 당대표가 핵무장을 주장하여 논란을 만들고 있다.
일본은 오랜 시간 노동자의 임금이 정체되었다. 잃어버린 30년이라 언급되는 이 기간 물가가 낮아 노동자들의 불만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엔고와 함께 물가가 치솟으며 주식인 쌀값이 요동치자 높은 엥겔지수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 소비자물가지수, Bloomberg news 갈무리)
하지만 원내 정당들은 터져 나온 불만을 제대로 받아 안지 못하였고, 그 불만을 새로운 극우정당이 받아서 지지율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게 된다.
물가는 오르는데 실질임금이 정체되어 삶이 고단해진 사람들에게 ‘당신이 힘든 이유는 외국인 때문이다‘라며 배외주의를 주장하는 극우의 목소리가 일부 먹혀들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들의 주장 일부는 진보정당의 의제들이다. 기존 정당에게 실망한 사람들은 신생정당이며 우파의 공약에 더해 중간중간 괜찮은 공약이 들어간 참정당에게 국정 안정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사회민주당은 참의원 선거에서 의원 1석과 함께 2% 지지율을 획득하며 간신히 일본의 정당 요건을 유지하게 되었다. 일본 공산당은 3명의 당선자를 배출했지만 11석에서 4석이 줄어든 7석이 되며 원내 영향력이 축소되었다.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로 인해 참의원선거에 나온 정당들은 투명한 정치자금법 개정을 공약했다. 사민당과 공산당 역시 투명한 정치자금을 공약했지만 정책 면에서 다른 점을 부각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질임금이 정체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소비세를 낮추는 공약을 내걸었다. 서민의 세금을 낮추는 방식의 실질임금 상승을 노린 것인데 극우는 소비세를 유지한 채 선택적 사회복지제도 개혁을 공약으로 걸었다.
유권자에게 명확히 다른 점을 부각시키는 공약은 극우의 진보의제 참칭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의석이 줄어든 진보정당은 오랜 기간 지켜온 전쟁 가능국가로 나아가려는 헌법 9조의 저지선도 더 이상 지켜낼 수 없게 되었다.
새롭게 등장한 참정당을 보면서 기존 정당에게 실망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적지 않은 의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이준석의 개혁신당이 떠오른다. . 그리고 일본의 사민당과 공산당이 실망한 유권자에게 선택받지 못한 모습은 양당정치에 실망한 유권자에게 선택받지 못한 정의당의 고민과 동일해 보인다.
정의당은 양당정치 비판에 머물러는 안된다. 또한 배외주의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경제문제의 탓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에서 벌어지는 경제 문제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