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는 단순한 근로조건 개선의 문제가 아니다

‘주 4.5일제’는 단순한 근로조건 개선의 문제가 아니다 

글 : 표재선



< KBS 뉴스 갈무리 >

6월 20일에 고용노동부가 이재명 정부의 ‘주 4.5일 근무제’ 공약 실현을 위해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기준 1,859시간인 연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717시간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대해 친자본 언론인 매일경제는 “새 정부 노동 정책 기조가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어서 노동생산성 하락과 기업 희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에 앞서 노동생산성을 먼저 올려야 한다는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vs 노동생산성 제고

OECD가 국가별 생산성을 비교하는 노동생산성 수치는 국내총생산(GDP)을 총근로시간으로 나눠 계산한다. 노동계는 노동생산성을 산출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고, 한국은 장시간 노동을 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게 나오는 착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과 한국 노동생산성 차이가 2배 가까이로 나는 이유는 GDP와 근로시간을 중심으로 산정하는 노동생산성이라는 지표 자체에서 나온다”며 “미국과 한국의 GDP 차이는 2배 이상 난다. 한국은 노동시간도 OECD 최상위권이기에 노동생산성으로 국가별 근로 효율성을 비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재계의 주장과는 반대로 노동시간 단축이 생산성을 높인 해외 사례는 많이 있다.

일본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주 4일제 실시 이후 생산성이 40% 향상되었다. 전기 사용량을 23% 절감하고, 종이 출력도 59% 감소했다.

영국은 2022년부터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기업의 92%가 제도를 유지하길 희망한다. 이유는 매출이 평균 1.4% 증가했고, 퇴사율이 57%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미국,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캐나다 등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업무 능률이 올라갔다는 보고가 나와 있다.

‘주 4.5일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삶의 질 향상, 생산성 제고,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다. 해외 사례를 통해서도 그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그런데 재계는 왜 반대하는 것일까? 그것은 자본주의적 생산에 감춰진 이면이 있기 때문이다.

「자본론」의 관점에서 본 주 4.5일제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낱낱이 분석했다. 상품, 화폐, 시장 등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작동하는 원리를 밝히고 있다. 그중에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감춰진 이면이 있다고 보았다.

자본가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원자재와 노동력을 구입해서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판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인데, 자본가가 획득한 이윤은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상품의 새로운 가치, 즉 이윤은 인간의 노동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아담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가 주장한 노동가치설이다. 마르크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임금을 받아가는 필요노동시간과 자본가가 빼앗아 가는 잉여노동시간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즉, 자본가 입장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자신의 이윤 감소와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결단코 반대하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적 재생산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휴식을 취해야 다음 날 다시 일을 할 수 있다. 건강한 몸과 마음 상태가 높은 업무 효율을 보장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단적인 예로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6명 시대이고, 인구 소멸 단계 들어갔다는 것이 현실이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주거 불안정, 돌봄 공백, 교육 불평등 등 삶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사회적 재생산이 안된다. 사회적 재생산이란 노동인구를 생산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사회적 시간과 재원을 말한다.

낸시프레이저는 「좌파의 길」에서 “자본주의는 생산과 재생산의 분할을 통해 사회적 재생산을 수탈했으며, 뿐만아니라 착취대상의 생산과 보충을 전적으로 사회적 재생산에 맡김으로 자본축적의 전 과정을 사회적 재생산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재생산에서 발생하는 모순(구조의 존속은 생각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수탈)에서의 책임은 회피하면서 결국 스스로 구조적으로 불안정화를 만들어내게 된다.”고 말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단지 일을 덜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삶의 구조를 재편하고, 사회적 재생산의 조건을 만드는 문제이다. 이 과정에서 성별 분업에 따른 성차별 문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의 문제들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2024년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직장인의 71.2%가 주 4.5일제에 찬성했다.

정부와 국회는 주 4.5일제가 법정 최장 근로시간 주 48시간을 실현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의 편에 선 정책이고,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한 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