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임금 인상을 위한 민주노동당의 역할
글 : 주세훈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물가 안정을 언급했다. 지난 6월 9일 비상경제점검TF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라면 한 개에 2천원이 진짜냐’고 언급하며 물가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전 정부들도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으나 실제 국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못했다. 물가를 안정시킨다해도 임금이 충분히 오르지 않아 실질 구매력이 정체되어서 국민 생활의 질이 향상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OECD에서 2025년 3월 13일 발표한 <실질임금 회복세 계속Real wage continue to recover>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모든 국가에서 실질임금이 오르는 와중에 한국은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22년 –0.2%, 2023년 –1.1%, 2024년 +0.5%) 같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실질 최저임금의 상승률은 0에 가까웠으며 한국보다 상승률이 낮은 국가는 미국(지방정부). 미국(연방), 슬로바키아 그리고 전쟁 중인 이스라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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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Real wage continue to recover> 13 March 2025 > |
다른 자료에서도 역시 동일한 문제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2025년 이슈페이퍼 8호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10년대 이후 노동생산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질임금 인상 추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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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슈페이퍼 2025-08 > |
이렇게 통계를 통해서도 국민들의 생활이 더 팍팍해지고 있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의 정부는 이러한 임금 정체와 임금 격차 심화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과 거시지표 관리에만 치중해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난 10년간 정부와 한국은행은 저물가 기조를 유지하고 저금리 정책과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물가 안정만으로 국민의 실질소득이 보전되지 않는 현실이 드러났다. 물가가 낮아도 임금이 충분히 오르지 않으면 국민의 실질구매력은 정체되고 물가가 오를 때 임금이 따라 오르지 않으면 국민의 삶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한국의 임금정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먼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력이 있었지만 문제를 해결할만큼 일관되거나 충분하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경기 부담과 소상공인의 반발로 인상률이 둔화되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민간부문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다음으로 임금협상과 노동권 보호체계의 미흡 문제다. 노사 간 힘의 불균형으로 2023년 기준 노동조합 조직률은 13%에 그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분야에서는 노조를 통한 교섭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는 자율적 임금 인상 압력이 약하다는 의미이며 정부가 법·제도적으로 임금정책을 보완하지 않으면 저임금 구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은 물가안정 → 성장 → 소득증대의 간접 경로에 치중해서 직접적인 임금 향상 정책을 등한시해왔다. 그러나 지난 시기의 경험을 통해서 물가만 안정된다고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며 임금 자체를 높이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앞으로 위의 두 가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투쟁을 통해서 국민들의 실질임금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한국 경제정책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
진보정당은 현재 체제 안에서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에 머무를 수 없다.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은 지금의 경제 구조가 과연 모두의 삶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런 구조적 문제에 응답하고 지속 가능한 평등한 경제 질서를 만들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단지 이상적인 주장이 아닌 공공의 자원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모두가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실질적 실천을 포함한다.
물론 이런 전환은 하루아침에 실현되기 어렵다. 이상적인 청사진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지금 당장의 현실적인 과제에도 응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