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좌파정당에 거는 기대 - 영국 '당신의정당'

글: 홍의석

영국에서 새로운 좌파정당을 창당하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제레미 코빈과 자라 술타나를 중심으로 창당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벌써 70만명의 지지자와 6명의 현역의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의 지지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가칭 ‘당신의정당(Your party)’으로 이름조차 정해지지 않은 신생정당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BBC 2024총선 결과 갈무리 >


영국의 노동당은 2024년 총선에서 이전보다 2배 넘는 의석수를 확보하며 집권 보수당을 누르고 정권을 획득하였다. 코로나19 당시 여당인 보수당 인사들의 파티게이트와 거듭된 실정으로 인해 실망한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보수당 우세지역 의원들을 노동당 의원으로 교체한 것이다. 이보다 먼저 2023년 지방선거에서 지방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보수당 의원들도 노동당과 야당의원들로 교체되었다. 지방선거에서 시작된 집권 여당의 압도적인 패배가 총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총선에서 의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무소속 의원이 다수 당선된 것이다. 영국은 보수당과 노동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양당체제가 고착되어 있었다. 자유민주당이 일정한 의석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선거구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양당으로 고착된 체제에서 당선된 무소속의원들은 원내에서 서로 정책을 교류하며 블록형태의 그룹으로 활동하였지만 당이 아닌 형태의 한계가 있었다.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new labour)’전략은 노동당의 이념을 후퇴시켰다. 집권을 위한 오른쪽 행보는 한 때 노동당의 의석수를 대폭 증가시켰지만 방향을 읽은 배는 침몰하게 되어있다. 시민들은 지지하던 노동당이 보수화되자 점차 외면하였고, 지지세가 꺾인 노동당은 의석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후 제레미 코빈이 당대표가 되어 노동당의 본성을 찾고자 하였지만 오래가지는 못하였다. 연이은 선거패배로 코빈은 당대표를 사퇴하였지만 대중의 지지는 줄어들지 않았다. 키어 스티머가 당대표로 선출된 지금의 노동당은 보수당과 연합하여 긴축정책을 지지하고 복지재정을 축소하고 있다. 심지어 이런 정책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징계하며 당무를 정지시키고 있다.

< Zarah Sultana MP, SNS(X) 갈무리 >

자라 술타나 역시 이렇게 징계를 받은 노동당 의원 중 한명이었다. 제레미 코빈은 이스라엘이 팔라스타인에 대해 벌이는 전쟁범죄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반유대주의로 조사를 받고 노동당에서 출당되었다. 제레미 코빈 뿐만 아니라 유럽 내에서 이스라엘이 벌이는 전쟁범죄를 언급하는 것이 반유대주의라며 낙인찍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어 다양한 방식의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 Keir Starmer, SNS(X) 갈무리 >

보수정당이 무너지며 집권여당이 됐지만, 노동당은 보수당의 감세정책을 이어가고 있으며 영국의 문제를 이주노동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 NHS(국민보건서비스)에 효율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예산을 높이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보수화 되고 있는 노동당을 이탈한 당원들과 의원들이 새로운 좌파정당으로 향하고 있다. 무소속의원들과 함께 시작한 새로운 좌파정당은 노동당이 잃어버린 진보정당의 본성을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 Jeremy Corbyn SNS(X) 갈무리 >

계속된 감세정책을 되돌리고, 빈곤층을 위한 주택건설을 제안한다. 영국 철도와 상수도, 기반산업의 국유화를 통해 부와 권력의 재분배를 공약하고 있다. 전쟁을 반대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판매 역시 중단해야 된다는 주장은 노동당이 잃어버린 진보의 이념을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새로운 좌파정당은 아직 창당을 하지 않았다.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아 보인다. 제레미 코빈과 자라 술타나의 이견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지만 좌파의 본성을 찾는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건강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이견을 좁히고 혁신정당으로 창당되기를 희망한다.